김태진 기자 | newsface21@gmail.com 11.12.22 14:54 | 최종 수정시간 11.12.22 14:58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과 관련,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이 ‘대북정보력 부재’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김 위원장의 사망 당일 국가정보원이 이에 대한 첩보를 입수했지만 청와대가 이를 무시했다는 주장이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은 2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정원과 외교부가 17일 오전 김 위원장 사망에 대한 첩보를 입수했고 국정원은 청와대에 보고까지 했으나 청와대가 묵살했다”고 밝혔다. 다만 박 의원은 ‘취재원 보호’를 이유로 출처를 밝히지는 않았다.
박 의원은 “미국 백악관 측에서 17일 오전 한국 외교통상부 쪽에 첩보수준으로 김 위원장 사망에 대한 소식을 알려왔으나 그날이 토요일이어서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정원도 이 대통령이 일본으로 떠나기 전인 17일 김 위원장 사망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청와대에 보고했으나 청와대가 정확한 정보를 제시하라며 무시했다”며 “이후 국정원이 첩보사진 등을 분석했는데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만약 이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청와대와 국정원은 모두 거짓말을 했거나 원세훈 국정원장과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를 알리지 않은 셈이 된다. 공교롭게도 김 위원장이 사망한 시점인 17일은 이 대통령의 일본방문이 예정된 날이었다.
또한, 국가안보에 누구보다 민감해야 할 청와대가 김 위원장 사망 첩보라는 엄청난 사안에 대해 무신경한 모습을 보인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질타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주말’이라는 이유로 보고를 미룬 외교부 또한 이같은 질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보수진영에서도 정부에 대한 날선 비난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원세훈 원장은 지난 2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북한 조선중앙TV 발표를 보고 김 위원장 사망을 알았다”며 “그 전엔 전혀 이상 징후를 못 느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21일 7대 종단 대표 초청 간담회에서 “정상들을 통해 들어보니 다들 똑같은 시점에 (김 위원장 사망을) 알게 됐더라”며 “온 세계가 동시에 알았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박 의원의 주장에 대해 “한마디로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정보 사항이라 모두 밝힐 수는 없지만 국회 긴급 현안질의 과정에서 어느 정도 정부의 답변이 나올 것으로 안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 의원의 주장과 관련, 서영석 전 <데일리서프라이즈> 대표는 트위터에 “그럼 국정원장하는 원세훈이 발언은 대체 뭐여? 콩가루집안인건 분명!”이라는 글을 남겼다. 소설가 공지영씨는 “무능하기까지”라고 지적했다.
네티즌 가운데는 “이거 사실이면 김정일 사망보다 일본 방문을 중요시 여긴 청와대의 책임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일 듯”, “사실이면 사퇴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인 이들도 있었다.
한편, 박 의원은 김 위원장의 사망 시점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16일 백두산 인근에서 완전 무장한 인민군이 이동하는 것이 관측됐고 15∼16일 이틀 동안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 3대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며 “김 위원장이 17일 열차에서 숨졌다는 것은 100％ 거짓”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아울러 박 의원은 “주중 북한대사도 17일 오전 11시 단둥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갔다”며 “김 위원장이 17일 오전 8시30분에 사망했고, 2시간30분 뒤에 연락을 받고 북한으로 들어갔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김 위원장은 적어도 16일에 사망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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