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단일화 논의가 한창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일단 안철수는 대통령 후보로는 적합하지 않다. 언제인지 잘은 기억 안나는데 언젠가 옆지기에게 "안철수는 업그레이드된 이명박 같아."라고 한 적이 있다.
그 뒤로 안철수는 자신에 대한 의혹을 확연히 밝히지 않고 있다. 그의 말과 행동 모든 게 두루뭉실하다. 하나 확실한 건 그의 언어구사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단어가 '국민'이란 것이다. 두루뭉실하다는 것은 무엇을 감추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철수 현상'은 '안철수 환상'이다. '안철수 현상'은 서울시장 재직시 청계천 개발로 스타가 되고 대통령까지 된 이명박의 업그레이드 버전에 다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MB아바타', '착한 이명박'이라는 별명은 설득력이 있다. 차제에 안철수는 이명박과의 관계에 대해 밝혔으면 한다. (MB정부 시절의 각종 대통령직속기구의 위원 역임, 이재오 특임장관시절의 정책자문위원인 박경철)
안철수는 무릎팍과 힐링캠프, 청춘콘서트, 서울시장 후보 양보 등으로 이어지며 국민적 엄친아가 되었다. 그리고 국민은 그의 참신함과 정직성이라면 혼탁한 우리 정치를 뜯어고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그래서 그는 적극적으로 정치에 발을 들여놓는 모양새가 아닌 국민이 원하기에 마치 떠밀려서 정치에 발을 들여놓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것으로 안철수에게 환호했던 국민들은 안철수에게 부채감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이 부채감이 현재 안철수 지지율의 대부분이다.
지금 안철수의 지지율이 빠지고 있는 것은 안철수의 정체를 알게 된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기도 하지만 안철수 언행의 모호함, 애매함에 피로를 느낀 유권자들이 떨어져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는 단일화 전까지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 하고 준비되지 않은 것들을 가리기 위해 애매모호한 어투를 구사해야 한다.
안철수는 대선출마 선언 이전에도 지지율의 고비마다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이벤트를 벌였다. 이제 이벤트의 총알은 거의 다 썼다고 보여지는데 단일화에 골인만 하면 민주당의 지지를 등에 업고 중도표를 가져오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일 것이다.
안철수가 정말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이제라도 자신에게 주어지는 의혹들(BW발행, 포스코이사 시절, MB와의 관계, 서울대교수 임용)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안철수가 아무리 좋은 청사진(?)-벌써 아닌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을 제시한다고 해도 그가 거짓말을 잘 하는 이중적인 사람이라면 그 청사진들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대한민국은 이명박 한 사람만으로도 충분한 댓가를 치뤘다.
그렇기에 단일화의 논제인 대통령의 권한을 나누겠다는 것이 정말 대한민국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MB의 출구전략과 정치 기득권의 고착을 위한 야합인지 밝혀야 한다.
문재인은 그런 저간의 사정을 모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야합에 부역하는 것인지 밝혀야 한다. (뭐, 전략적으로 단일화로 대통령이 되었다가 국민이 원한다는 핑계로 단일화 때의 약속을 뒤집을 순 있겠다.)
문재인은 노무현 대통령이 어떻게 부엉이바위에서 최후를 맞았는 지를 기억해야 한다. 그의 최후를 기억하는 국민이 있고 그가 들었던 '사람사는 세상'의 깃발을 따랐던 국민이 있다. 문재인은 정치쇄신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어떻게 확립시킬 지 고민해야 한다.
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