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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쓰는 선거, 약화된 권력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황 장 수
1. 대선인데 여야당 모두 돈을 쓰지 않고 있다.
안 쓴다기 보다 옛날식으로 거두지 않으니 쓸 돈이 없다고 보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지난 대선만 해도 당선이 유력한 측에 돈이 몰렸고 그 돈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정당내외 조직과 시중에 풀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주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는 기현상이 대선 판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2. 돈이 안 풀리다 보니 기존 정당의 시스템이 위기에 부딪히고 있다.
여야당에서 모두 리더십의 위기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 현상의 클라이맥스 시점에 여야당 모두 내부 이반이나 분열이 심각했다.
새누리, 민주당 모두 대선후보로 뽑힌 정파가 당내 다수 계파가 아닌 부분에서 분열의 싹은 있었지만 후보선출 이후에도 틈만 나면 내부 반란의 기미에 시달린 것은 대선후보가 돈을 안 써 통제력이 약화된 것도 중요 이유이다.
과거는 유력정당 대선후보로 선출되면 돈을 거두어 당 안팎의 조직에 풀었고 이로 인해 『대선경기』가 정치권 주변에 생겨났다.
술자리, 밥 자리가 이어지고 정당 관계자의 호주머니에는 두둑한 돈봉투가 쥐어졌다. 주요 정치인은 향후 수년간 정치할 자금을 이때 마련하기도 했다.
전국을 다니며 조직을 한답시고 수많은 돈이 뿌려졌고 이를 공급하기 위해 차떼기, CD 등 갖가지 방법이 동원되었다.
재벌이나 돈 많다고 소문난 사람들은 어느 쪽에 얼마를 배팅해야 할지 서로 눈치 보느라 혈안이 되어있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이런 현상이 외관상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3. 며칠 전 만난 한 유력 정계원로는 최근 각 정당 내에서 한동안 후보 흔들기나 내부분열 상태가 계속된 것은 조직 장악을 위해 돈을 안 썼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수십 년간 돈을 써야 돌아가는 것으로 행태가 굳어진 기성정당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인 대선에서 돈을 안 쓰니 정당시스템이 무력화 상태에 빠져 내부 불만만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뒤돌아서 선출된 정당후보를 비난하고 흔들고 잘해봐라는 식으로 뒷짐지고 있어 사실상 태업을 한다는 것이다.
또 차라리 자기정당 대선후보가 낙선해 야당이 되는 게 다음 총선에 더 유리하거나, 당내 주도권 장악에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정치인도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안철수의 등장을 빌미 삼아 여야 내부에서 후보 흔들기가 계속됐고 안이 퇴장하자 마침내 내부 분란이 가라 앉았다.
4. 의도했든 아니든 안철수의 현상이 가져온 효과 중의 하나는 기성정치권 시스템에서 돈의 영향을 급격히 소멸되게 한 것이다.
이것이 전적으로 안철수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기성 정치인이 아니었던 안이 부담 없이 자유롭게 말해 온 정치쇄신 구호가 기성 정당에게는 큰 부담이 된 것도 사실이다.
내부에 반란군이 수두룩한 마당에 돈을 달래도 믿고 돈을 쓸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돈은 리더십이 강해야 거둘 수도 있고 쓸 수도 있는 것이다.
굳이 철학이나 가치 때문이라기 보다는 안이라는 사람 하나 때문에 여야 주요 정당의 대선후보 리더십이 흔들리는 상황이 장시간 지속되어 왔으니 본의 아니게 깨끗한 선거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는 본의든 아니든 어항 속의 메기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5. 돈을 안 쓰는 정치 풍토가 정착되어 가는데 여야 주요 대선후보의 스타일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박근혜나 문재인은 기존 주요 정치인과 달리 재계나 물주역할을 하는 큰 손들과 스킨십이나 구축된 네트워크가 별로 없다.
돈은 허물없고 친하고 관계가 오래 구축되어야 부담 없이 주고 받을 수 있다.
까다롭고 접촉이 별로 없는 대선후보에게 선뜻 돈을 줄 수 있는 방법도 없다.
박과 문은 2인자나 책임지고 돈을 거둘만한 대리인을 키우는 스타일도 아니다.
이러다 보니 캠프 내 아무도 돈 문제에 총대를 메고 나서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돈 없이 대선이 기본비용만으로 그냥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6. 한국 정치는 이제 그 외형뿐만 아니라 내면적으로도 변모되어가고 있다.
미국 대선이나 유럽 선거를 보면 기획 홍보비용은 몰라도 적어도 조직 가동비용은 들지 않는다. 모든 것이 정당의 대의에 충실한 진성당원의 봉사와 자발적 참여에 의해 굴러간다.
반면 한국은 경제 사회발전의 수준에 비해 정치변화는 지체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을 보면서 이제 정당 내부의 돈의 영향이 급속히 소멸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지금 한국 정치권은 새로운 변화에 적응을 해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그나마 돈이 안 풀려 여야 내부에서 내부반란이 일어나고 수상한 명분의 정계개편이 이루어지는 등 정치가 이상하게 흘러가는 현상이 진정된 채 제 갈 길로 가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국민들 또한 기성 정치를 너무 폄하하거나 조롱하기에 앞서 당분간 정치권 내의 긍정적인 이런 변화를 지켜봐야 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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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기분좋다